EBS 법철학 탐구 대기획

법이란 무엇이며, 정의란 무엇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이 말하듯 법은 본래 약자를 보호하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3,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도무지 우리의 일상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고, 때로는 오히려 강자의 편인 듯한 법. 과연 법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법학도 출신인 작가 성석제와 함께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본다. 이로써 법과 정의를 둘러싼 철학자들의 팽팽한 논쟁, 세상을 바꾼 판결이 탄생한 결정적 순간, 법철학을 선도하는 세계적 석학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법과 정의'의 의미를 찾아본다.

1. 법은 누구 편인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박탈한 법!

쓸모없는 인간의 재생산을 막음으로써 인간을 유전적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생학이 위력을 떨치고 있었던 당시, 연방대법원 역시 우생학을 근거로 '3대에 걸쳐 저능아를 출산했다면 강제불임시술 사유로 충분하다'며 수용소에 있던 캐리 벅에게 강제불임시술을 선고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판결로 손꼽히는 재판. 신체의 자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정받는 최소한의 권리이다. 그런데 왜 캐리 벅은 꽃다운 젊은 나이에 법의 이름으로 강제 불임시술을 당해야 했을까? 정의로워야 할 법은 왜 오히려 폭력이 되었을까? 캐리 벅 사건을 통해 법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되돌아본다.

2. 정의의 오랜 문제, 어떻게 나눌까?

분배, 인류의 영원한 숙제!

역사는 한정된 것을 나누기 위한 충돌과 조정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철학자들에게도 분배문제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그리고 평생 '정의'라는 단일주제에 몰두한 하버드의 철학자 존 롤즈까지. '어떻게 나눌까?'라는 물음에 각자 기발한 답을 내놓은 철학자들, 그들이 제시한 분배의 원칙을 살펴본다. 현대 정의론을 정립한 존 롤즈는 공정한 분배의 원칙을 도출하기 위해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6천만 원의 빚을 두고 한자리에 모인 4남매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무지의 베일 속으로 들어간 실험참가자들은 정의로운 분배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정의'의 영역에서 획기적 이정표를 세운 존 롤즈. 그가 제시한 분배원칙을 통해 분배정의라는 거대한 담론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 본다.

3. 죄와 벌, 인간을 처벌하는 어려움에 관하여

사형제 vs 사형제 폐지

피의자인 당신은 곧 돌에 매달아 물에 던져진다. 가라앉으면 무죄를 인정받고, 만약 떠오르면 유죄로 처형당한다. 이는 가혹한 시련이 닥치면 신이 죄 있는 자를 가려줄 것이라 믿었던 중세의 풍경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법을 명시한 함무라비 법. 갖가지 범죄에 사형으로 협박한 중세.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을 분명히 밝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형벌원칙의 다양한 변화는 그 자체가 인간이 인간을 처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해준다. 적절한 처벌을 하기 위한 인류의 고민과 공정한 처벌의 중요성을 확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