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문화가정 특집 다큐멘터리

다문화가정의 동갑내기 소년과 소녀의 크로스 다큐와 엄마를 떠나보낸 두 형제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1. 수현이와 유나
한국인 아빠와 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한 소년.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답답한 병실을 놀이터 삼아 지내는 소년은 연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에 걸렸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질병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야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데, 또래 아이보다 성장도 빠르고 잔병치레 없이 건강했던 소년이었기에 갑작스럽게 발병한 백혈병은 그래서 더 믿어지지 않는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이를 낫게 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지 못하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이 곁을 지키는 것뿐이다. 소년의 병간호를 위해 휴직을 한 아빠는 비싼 병원비에 약값까지 감당하다 보니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경우 장 출혈이 심해져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 소년은 힘든 항암치료를 대견하게 견디고 있다.

반면, 소년과 동갑내기 소녀는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뇌병변 2급 장애를 갖고 8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난 소녀는 뛰어다녀야 할 나이에 안타깝게도 아직 걷지 못하고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경제적인 사정이 여의치 않아 1년이 넘게 병원에 가지 못한 소녀에게는 한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지만, 신체성장이 소녀보다 빨라 놀이의 주도권을 동생이 잡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미숙아로 태어나 몸이 불편하다는 엄마는 소녀가 약한 자신 때문에 아픈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 아빠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식당 보조부터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거동을 돕는 일까지 성실하게 일한다. 적은 월급이지만 이마저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아빠의 마음은 무겁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걸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하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앞으로 감당할 치료비를 생각하면 아빠는 또 한 번 마음이 무거워진다.

2. 엄마, 안녕
사랑하는 엄마가 하늘로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슬픈 것이 무엇인지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열살 인생 동생에게 엄마가 없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다. 그리고 보살펴야 할 동생이 있는 형은 내내 허공만 응시하더니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엄마의 이른 죽음이 바늘 끝이 되어 눈물샘을 터뜨린다. 두 형제만 남기고 떠난 엄마는 피부암 흑색종으로 병원 생활을 하다가 가족들이 뭔가 손을 써볼 새도 없이 유명을 달리했다. 필리핀에서 먼저 시집온 아이들의 작은어머니 소개로 엄마를 만난 아빠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가 삼부자에게서 엄마를 빼앗아 간 것이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1년 농사지어 버는 돈 외에는 30여만 원 나오는 기초수급비가 가족 생계비의 전부인데, 아빠는 급하게 빚을 내 엄마의 병원비를 치르고 난 지금 몰아치는 생활비 압박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다. 엄마의 유품을 태우는 날, 이제 두 형제는 엄마를 세상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기로 했다. 한 줌 재가 되어 버린 사람,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 눈물 없인 고할 수 없을 것 같던 이별의 말을 이제 두 형제는 저 하늘에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