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얼굴과 아시아의 가치가 공존하는 나라 러시아. 그곳에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은 출발점이자 미지의 세계인 우랄에는 초원과 평원이 펼쳐진 아시아의 시원, 알타이 산맥이 있다. 동․서양의 경계가 되는 25,000Km의 장대한 우랄 산맥, 아시아의 시원이요 시베리아와 아시아를 잇는 알타이산맥의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일상, 드넓은 땅과 척박한 현실을 이겨낸 러시아의 면면을 알아본다.

한 마리의 독수리에 달린 두 얼굴. 바로 러시아의 국기(國旗)다. 초원과 평원이 아득히 펼쳐진 대륙 위에서 서로 다른 인간 군상들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국기의 모습처럼 다름과 갈라짐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드넓은 땅과 척박한 현실을 이겨낸 러시아의 힘이다. 혹한의 땅 러시아의 우랄․알타이산맥을 찾아 척박한 땅이지만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설원에서 펼쳐지는 러시아의 힘을 발견한다.

1. 우랄의 첫 땅, 예레메예보
자동차 대신 강을 따라 보트로 가야 하며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예레메예보 마을은 대부분 주민이 전통적인 복장과 용구로 사냥하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북유럽 핀란드계가 러시아로 넘어와 최북단 우랄산맥에 자리 잡은 민족, 코미족은 우랄 산맥의 영향으로 외부와 문화를 교류하기보다 단절된 곳에서 독특한 자신들만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200여 명의 이곳 주민은 강에서 고기를 잡고 겨울에는 사냥하며 자연 친화적이고 순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산맥과 강으로 싸여 고립된 땅에서도 자신들의 뿌리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코미족의 전통과 삶을 통해 러시아의 역사를 재조명해 본다.

2. 하늘을 나는 두 얼굴의 독수리, 우랄
우랄 산맥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점점 더 다인종의 러시아를 만날 수 있다. 옆으로는 유럽문화, 아래로는 이슬람문화, 동쪽으로는 아시아문화권이 이곳 우랄 남쪽에 맞닿아 있다. 페름을 중심으로 혈관처럼 퍼진 작은 도시들에는 120여 각기 다른 인종들이 모여 저마다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각기 다른 문명과 교류가 활발했던 우랄 남부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용맹성을 대변하는 시베리아 동진에 앞장섰던 슬라브계인 카자키족, 북유럽계의 마리 족, 몽골계인 타타르족을 만나 각기 다른 전통과 삶의 모습을 따라가 본다.

3. 남시베리아의 영혼, 뚜바
러시아 남부 시베리아에는 사얀-알타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산맥이 가로지른다. 우리에게 알타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이 산맥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을 아우르고 있는데 투바는 바로 이 알타이의 동쪽에 자리한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이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중심에 자리한 이 숨겨진 땅은 툰드라와 타이가, 습지와 사막이 공존하며, 대자연과 소통했던 시베리아 샤먼의 원형이 잘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중심이자 러시아의 미래인 탄누투바의 현재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사람들은 사냥꾼, 목동, 샤먼이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겨울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투바의 대자연과 삶을 들여다본다.

4. 알타이를 노래하는 카이치
알타이 지역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알타이 황금산맥(Golden Mountains of Altai)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알타이 황금산 아래 아름다운 텔레츠코예 호수와 카툰강 유역의 알타이에는 톱슈르라는 전통 현악기를 연주하며 전통서사시 '카이'를 노래하는 유랑이야기꾼 '카이치'들이 있다. '카이치'라고 불리는 알타이 고유 유랑가수들의 여정을 통해 알타이의 대자연과 그 속에 살아왔던 소박한 알타이인들의 삶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