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믿음, 부적
미스테리한 상징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
그 참을 수 없는 유혹의 암호를 풀다

1.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믿음

부적을 손에 넣어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다만, 소원의 내용이 조금 바뀌었을 뿐..

1997년 경복궁 경희루 연못을 준설하던 공사 팀은 연못 깊숙한 곳에서 청동용을 발견한다.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모습의 청동용의 탄생은 이러했다. 우리나라 궁궐의 대부분이 목조건물로 지어져 화재가 빈번했다. 그래서 선조들은 화재를 막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불을 다스리는 동물을 상징하는 용을 조각하여 연못 깊숙한 곳에 넣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명의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에도 왕실에서 출산할 때 부적을 썼던 기록이 있다. 또한, 기원전 3천 년에서 2천년 즈음에는 한반도 신석기인들이 바위를 쪼아 양각화를 남겼다고 한다. 이들은 사냥하고자 하는 동물들이 화살, 작살 맞은 모습을 새겼는데 이것은 '사냥성공'을 영원한 일종의 부적이었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소원을 이룬다는 부적은 소멸하지 않고 현대인의 곁에 남아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믿음, 부적의 역사와 세계의 현장을 살펴본다.

2. 욕망의 코드

염원의 형상화, 신과의 대화
문자보다 더 오래된 욕망의 코드

기원전 8세기, 고대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솔로몬 왕은 각종 부적과 마법의 주문을 책으로 남기게 한다. 이 마법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부적들은 이미 사어가 된 히브리어 주문이 적혀 있다. 현대사회에서 히브리어는 일상 대화에서 언어가 아니라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한국의 부적에는 한자가 쓰이지만 전체적으로 뜻을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많고 태국의 부적에도 현재 태국인들은 쓰지 않는 팔리어 문자가 쓰인다. 보통사람들은 읽을 수 조차 없는 문자의 형상으로 주술적 힘을 강조하는 부적의 암호. 이 부적의 암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은 대개의 나라에서 신이나 초월적인 세계와 소통하는 영원한 존재로 통한다. 원시신앙이 낳은 부적, 그러나 종교를 받아들이면서 변형되거나 억압당하면서도 면면히 흐르는 부적의 믿음. 그 믿음의 원천은 무엇일까? 부적의 암호와 기호를 해독해 봄으로써 암호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알아본다.

3. 참을 수 없는 유혹

부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심리
그에 대한 최초의 심리학적 보고서

이슬람 경전에 의하면 예언자 모하메드는 부적이나 주문을 외는 행위를 금했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부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외곽이나 지방에는 지금도 마법을 다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의 무속인과도 같은 이집트의 주술사 다잘이다. 다잘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자신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부적을 만들어 준다. 다잘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다잘과 부적의 힘을 믿는 사람들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부적에 대한 믿음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적의 효험을 입증할만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유일한 증거는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증언이다. 인간의 생각은 점점 논리적으로 발전하고 생활은 기계화, 디지털화되었지만 부적이 초자연적 힘을 발휘한다는 주관적 경험과 증언은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 단단하고 굳은 믿음을 만들었다. 기록과 성적에 승부를 거는 스포츠 선수들은 징크스에 유독 민감하고 행운의 마스코트 혹은 불운을 쫓는 부적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감 때문에 미신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부적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불안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