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 다큐멘터리
영국의 신경제재단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바누아투이다. 현대문명의 편리함과 물질적 풍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전통을 지키며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 하는 사람들. 그들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지 조명해본다.

1. 고귀한 야만
- 탄나섬
지금도 화산이 살아 숨쉬는 탄나섬에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다.
평화와 자유를 가져올 그들만의 예수 존 프럼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을, 존 프럼 마을이다. 사람들은 제2차 대전에 참전해 구호물자를 가져다 준 존 프럼을 신으로 모시고 미국을 지상낙원으로 숭배한다.
그들의 신을 기다리는 축제인 '존 프럼의 날'. 숙연한 분위기 속에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미국 국기를 게양하고, 추장은 근엄한 인사말을 전한다. 그리고 USA라는 붉은 글자를 새긴 건장한 남자들이 행진한다.
이들은 제2차 대전 당시 바누아투에 진주한 미군병사들 중 자기들과 피부색이 같은 흑인병사들이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것을 보고,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상태에 있던 바누아투인들은 정치적, 종교적으로 크게 각성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백인에게 빼앗긴 전통과 자유를 깨달은 바누아투 사람들은 힘 없는 자신들을 구원할 신이 오길 간절히 원했고, 그 신은 미국인 존 프럼이라고 생각했다.
미군은 떠났지만, 이 곳 주민들은 존 프럼이 자신들의 나라에 다시 풍요와 평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믿으며 그를 기린다.
- 톰만섬
톰만섬에는 그들의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유모란 마을 사람들은 어느날 백인 선교사가 찾아오면서 지난 50여년 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선교사의 설득으로 해변가로 내려와 새로운 마을을 건설했고 부족들 간의 잦은 싸움에 지친 이들에게 기독교는 구세주였다.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병원과 학교가 생겼고, 열대 원주민들은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며 물질적 풍요로움과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며 살게 됐다. 그렇게 서서히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변모를 거듭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점차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새로 건설한 해안가 마을의 생활은 편리함을 주었지만, 조상이 남겨준 전통을 잃어간다는 두려움 또한 동시에 주었던 것이다. 결국 추장의 설득으로 주민들은 문명화된 해변가 마을을 떠나 다시 숲속의 오지 마을로 돌아가자는 결단을 내렸다. 비록 생활의 불편함은 있지만, 조상이 남겨준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예전의 편리한 삶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게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깊은 산 속에서 얌을 캐고, 박쥐 고기를 먹으며, 야생에서 그들의 고유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원시적인 삶.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을 야만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야만과 문명을 넘어서 그들의 모습으로 살아온 사람들... 행복한 섬 바누아투에서 그들을 만나본다.

2. 천국의 실험
돼지 이빨과 조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바누아투의 전통은행.
이 은행에서 통용되는 전통화폐는 살아있는 돼지, 돼지 이빨, 붉은 돗자리, 조개 껍질과 음식 등 다른 어느 곳보다 다양한 화폐를 취급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공동 식민지 통치는 전통경제 속에서 살아가는 바누아투에 현대식 은행을 남겼다. 하지만 현대은행의 예금 계좌를 가진 사람들은 바누아투 인구의 오직 10%이고 현금이 없는 나머지 90%는 여전히 전통경제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을 위해 바누아투 정부는 전통경제의 해를 선포하고 전통은행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현금화폐 중심의 현대경제체제에 돼지의 어금니와 돗자리, 조개 등을 전통화폐로 인정하고 그것을 시스템화 한 것이다.
개방화와 현대화가 될수록 오히려 가난해졌던 섬 마을 사람들은 돌파구를 전통은행에서 찾고 있다.
허구에 지나지 않는 돈과 숫자로 더 이상 삶을 가난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전통 방식을 따르며 전통경제를 토대로 살아가는 바누아투 사람들. 현대의 세계경제 속에서 잘 사는 것은 무엇이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21세기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시도하는 열대 원주민들의 실험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