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그곳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겪게 될 장소들이다.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모습,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서울의 모습들을 기록한다.
앞으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가치 있는 '그곳'은 어쩌면 앞으로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낡고 오래된 것들은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서울의 한 옥상 위에 그곳이 간직한 기억을 그린다. 어쩌면 모두 허물지 않고도 충분히 서울을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의 간직하고 싶은 모습을 7가지 주제로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로 엮어본다.

고향
김병인 씨의 고향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다.
어릴 적 그가 살던 집과 비슷한 한옥집에는 지금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 빌라들에 둘러싸인 낡고 초라한 집..
서울에서 기억을 간직한 곳이란 모두 낡고 초라해 보이는 곳들이다.

점심시간
건축 설계사 이상권 씨는 점심시간마다 곧 사라져버릴 건축물들을 기록한다.
아직까지 질서를 간직한 구도심은 그에게 휴식 같은 곳이자 다행스런 공간이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명륜동 골목길에서 희소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곧 사라져갈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치있는 것들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만을 갖고 사라지기 전에 그 모습을 담아내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다며 아쉬워한다.

부덕이
회사원 임준형 씨는 10년 넘게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3년 전 만리동에 사는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키우는 개의 이름은 '부덕이'다. 만리동 재개발을 앞둔 할아버지의 고민은 이사를 가게되면 7년간 함께해 온 만리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덕이가 살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고양이
김완호, 이경화 부부는 고양이가 많은 동네를 찾아다닌다.
서울에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많고 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는 곳을 가게 되면 옛날 느낌, 어렸을 때 느낌을 받게 되는 동네들이 있다.
고향같은 동네들을 찾아 다니며 변화에 민감한 고양이들의 서울 생활을 담는다.

차양
회사원 정혁진 씨는 없는게 없는 골목길을 기록한다. 정혁진 씨에게 아현동 골목과 사람은 모두 아름답다. 차양이 있는 슈퍼 골목길에서는 마술처럼 햇볕을 모아 그늘을 만든다.

빵구
할머니네 집에 또 빵구가 났다.
좁은 골목길에 있는 할머니네 집. 아현동 일대는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돼 이사 준비로 분주하지만 할머니네 집은 이번에도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스카이 아파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스카이 아파트 한 동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상권 씨는 점심시간에 스카이 아파트를 찾았다.
예전에도 사진을 찍곤 했던 스카이 아파트는 이제 사진으로만 기억되는 곳이 되어버렸다.